메레부부는 어쩌다 아이슬란드에서 결혼하게 되었을까? 메레부부가 스몰 셀프웨딩을 하기로 결심하고 장소를 선택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스몰웨딩에 적합한 장소로 메이는 “우리만의 특별한 곳”을 원했고 나는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곳”을 원했다. 그래서 후보로 거론된 곳이 빅토리아 폭포 앞, 이스터섬, 유럽의 비어있는 고성 등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잠깐 잊고 있었던 아이슬란드가 있었다. 아이슬란드를 잊은 채 한동안 결혼 장소를 이야기하다가 메이가 문득 아이슬란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꿈에 늘 그리던 풍경이 있었다. 그 풍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늘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히말라야, 훗카이도, 알프스 같은 곳들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슬란드 영상을 보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그 풍경을 그냥 아이슬란드라고 설명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그 이야기를 메이에게 하며 꼭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가자고 했다. 메이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옛날에 보았던 Sigur Rós의 Heima 이야기를 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아이슬란드에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고. Heima에 나오는 시골 들판에서의 작은 공연을 보면서 우리 저런 결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게 우리가 스몰셀프웨딩에 대해 처음 그려본 그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슬금슬금 지워져 갔던 우리의 첫 그림.

Heima: Sigur Rós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슬란드의 각지를 돌며 투어공연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메이가 아이슬란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래, 아이슬란드가 있었지. 아이슬란드를 슬그머니 포기하게 만들었던 많은 문제들은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정리가 된 상태였다. 남은 건 최종 결정뿐이었다.

가자, 아이슬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