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결혼식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이슬비가 바람을 따라 땅에서 하늘로 날리고, 날은 흐리고 어두컴컴했다. 결혼식 시작으로 예고된 현지 시각 11시는 1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비바람을 뚫고 교회까지 겨우 이동, 급하게 동영상을 찍을 카메라들을 설치했다. 이미 날아간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청첩장 페이지에 유튜브 스트리밍 주소를 업로드하고나니 11시 정각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느릿한 아이슬란드의 4G 데이터가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서 유튜브 중계를 기다릴 지인들이 걱정되었다. 방송하는 핸드폰에 급하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틀고 친구 손에 다시 들려주었다. 리허설을 시작한다는 인사와 함께 우선 중계 카메라를 교회 밖으로 내보냈다. 친구는 코를 훌쩍이며 교회 밖으로 나갔다.

리허설은 짧게 진행되었다. 이미 언약식 때 비슷한 식순을 해봐서인지 디테일한 부분만 다시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리허설이 모두 끝나고 중계 카메라가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아직 내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 자리 정리하고 각자 위치에서 스탠바이. 그리고 목사님의 인사말로 메레부부만의 기적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예식은 기독교식 예배식순을 따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신랑신부 입장을 모두 함께 찬양을 부르며 들어갔다는 점. 아 참, 모든 찬송은 무반주로 불렀다는 점도 특이했구나. 언약식을 했기 때문에 생략한 부분들도 있었다. 서로에 대한 서약과 증표로 반지 교환, 그리고 성경에 손을 얹고 성혼기도와 성혼선포를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아주 에센셜하게.

사전준비부터 현지 도착과 세팅, 날씨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이만큼 해낸 게 기적이다. 그야말로 기적의 결혼식.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