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레부부는 Sigur Rós의 Heima를 보고 영감을 얻어 아이슬란드에서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결혼식에 시규어 로스를 초대해보기로 했다. 아이슬란드까지 와줄 하객이 없었고 그렇다면 의미 있는 아이슬란드 하객을 초대해보기로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아이슬란드에 아는 사람이라곤 시규어 로스뿐이었다.

SIGUR RÓS 2017 TOUR: WALT DISNEY CONCERT HALL – REYKJAVÍK FESTIVAL #1 LOS ANGELES, CA, UNITED STATES (PHOTOS BY NICK WOORDWARD-SHAW)

시규어 로스 홈페이지에 가서 일정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4월 중순 LA 공연 이후 한 달가량 공연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 기간엔 아이슬란드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과감하게 이메일을 보냈다.

시규어 로스에게

안녕? 나 시규어 로스의 굉장한 팬인데 너희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결혼식을 아이슬란드에서 하기로 했어. 난 한국 사람인데 말이야. 우리 친구들은 거기까지 가진 못할 거 같아서 하객이 없을 예정인데 너희 오지 않을래? 축가 부르러 오라는 거 아니고 그냥 와서 하객이 되어줘. 너희 영화를 보고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메일 보내. 여기 우리 웹사이트 (웹 청첩장)도 있어. 안녕.

정말 터무니없지만 정말 보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답장이 왔다.

레몬에게

초대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밴드는 다음 투어 준비와 집안일 때문에 못가. 결혼식과 앞으로의 인생에 행운을 빌어. 메니저.

이렇게 빠른 거절이라니. 시규어 로스가 이야기를 듣긴 했나? 아무 반응도 없었나? 살짝 서운했지만, 아무튼 에피소드가 생긴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렇게나 정중하게 딱 잘라 거절하는데 따져 묻기도 뭐하고. 하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가끔 생각한다. 우리 결혼에 정말 시규어 로스가 왔으면 어땠을까? 정말 Heima처럼 결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곤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결혼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시규어 로스! 너무 아쉬워!